제목에 끌려서 구입했다. 황인찬시인의 시집은 처음이라 그가 이전에는 어떤 작품들을 썼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시집만으로도 독특한 시어를 구사하는, 그러면서도 우리 내면에 있는 감정들을 잘 끄집어내는 시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작품들에서는 빛, 사진, 죽음, 유령 등 과거의 이미지들이 많이 나온다. 그것들은 현재의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상에서의 균열과 같은 틈에서 새어 나오는 과거의 기억들은 현재의 나를 살짝 뒤흔든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 이상의 흔들림은 없이 또다시 일상은 돌아간다. 이 작품집을 통해 내가 받은 느낌을 정리해보자면 이랬다.
기억. 개인적인 기억일 수도 있고 다른이들과 공유하는 기억일 수도 있다. 그 기억이 형성하는 유대감 속에서 여러 감정도 공유된다. 기쁨과 슬픔, 아픔, 그러면서도 아름다웠던 것들.
뭐랄까, 요즘 시인의 시들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러한 것들이 최근의 트렌드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시'라는 장르가 어떤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해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