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약간 참담한 기분이 든다. 내가 그 시절의 일에 대해 그녀의 입장에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이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가 함께 길을 떠났던 날 밤, 그녀 역시 갈팡질팡했고 두려웠지만 자존심을 세우고 있었 을 가능성에 대해, 그녀 역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을 가능성에 대해. pp.58-59
나는 '변기'라는 단어를 듣고 웃음이 터진다. 엄마와 아빠는 변기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이 없었다. 엄마와 아빠 는 언제나 '양변기'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거기서 고작 한 글자를 뺐을 뿐인데, 객관적인 용도를 설명하는 단어가 무언가 지저분하 고 오염된 것,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전락해버리는 듯했다. p.60
기어코 그 단어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고 텅 비어버려서 우리 모두-나, 그, 그녀, 그리고 당신들 모두가 그녀를 외면하고 눈을 감아버 리게 될 때까지. pp.6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