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희는 미소 지으며 그렇게 말하고 차에서 내렸다. 서운하다. 어떻게 내게 그럴 수 있나. 상처받았다. 예전의 다희라면 그렇게 말했으리라는 걸 그녀는 알았다. 애정이 상처로 돌아올 때 사람은 상대에게 따져 묻곤 하니까. 그러나 어떤 기대도, 미련도 없는 사 람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마음을 걸어 잠근다. 다희에게 그녀는 더는 기대할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p.119
다희의 눈썹. 다희가 얘기할 때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눈썹을 보면서, 사람에게 눈썹이라는 게 있었구나, 눈썹이라는 게 꼭 마 음과 통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그리고 사실 그녀는 귤 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말도. 그렇게 껍질을 까서 하나하나 손바닥 에 올려주던 마음이 고마워서 그 말을 끝까지 할 수 없었고, 결국 엔 귤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말도. 다희가 더 깊은 이야기를 할까 한편으로는 두려웠다는 말도. 사람들은 때로 누군가에게 진심을 털어놓고는 상대가 자신의 진심을 들었다는 이유 때문에 상대를 증오하기도 하니까. 애초에 그녀는 깊은 이야기를 할수록 서로가 까워진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는 말도. p.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