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도 안 돼서 그는 이 결혼이 실패작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1년도 안 돼서 결혼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렸다. 그는 침묵을 배웠으며, 자신의 사랑을 고집하지 않았다. 그가 애정을 담아 그녀에게 말을 걸거나 몸을 만지면, 그녀는 그를 외면하고 내면으로 숨어 들어가 아무 말 없이 견디기만 했다. 그러고 나서 며칠 동안 전보다 한층 더 힘들게 새로운 한계까지 자신을 혹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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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과 캐롤라인이 타고 온 차가 부릉거리다가 밤의 어둠을 향해 폭음을 내며 사라진 뒤 윌리엄 스토너는 거실 복판에 서서 이디스의 건조한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묘하게 단조로운 울음소리가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처럼 이어졌다. 그는 그녀를 위로하고 달래주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가만히 서서 듣기만 했다. 얼마 뒤 그는 지금껏 이디스가 우는 소리를 들은 적이 한 번도 없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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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정체를 잘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조금 울고는 눈가의 눈물을 찍어내며 그에게 등을 돌렸다. 그래서 그레이스 스토너가 태어난 뒤 처음 1년 동안 접한 것은 오로지 아버지의 손길, 아버지의 목소리, 아버지의 사랑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