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시전 이벤트에서 기획된 '독파 시그널' 프로그램을 통해 내 운명의 책으로 소개된 <마당있는 집>에 관심이 생겼다.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얘기되는 책이라 드라마의 효과로 인해 많이 알려진 것 같다. 독파 챌린지에서도 올라와서 읽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솔직히, 이 책이 왜 내 운명의 책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내가 처음에 질문에 잘못 대답한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이 책은 꽤 흥미로웠다.
나는 일반적으로 미스터리나 스릴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읽고 나서 찝찝한 느낌이 오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들과 다른 등장인물들의 심리는 이해가 갔다.
주란과 상은, 이 두 여성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각각 결혼해서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그 기본적인 상황은 비슷하다. 이 둘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면서 심리를 잘 드러내고 있지만, 이 방식은 스토리를 너무 쉽게 풀어내는 경향이 있어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느껴졌다. 그래도 작가는 더 정교하고 빠르게 묘사를 하여 그런 부분을 보완한 것 같다.
실제 지명과 장소를 그대로 사용한 것도 독특했다. 아마도 사실감을 높이려고 한 것 같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서 많은 폭력과 구속이 일어나고, 그 속에서도 행복을 찾으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런 이야기는 뻔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리는 그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그 이유는 우리 각자가 가진 비슷한 기억과 감정, 그리고 무의식 속의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우리는 모두 환상속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그 환상은 억지로 만들거나 지킬 수 없는 것이다. 그 환상이 깨질 때, 현실은 더욱 더 비참해진다.
이 작품에서는 대체로 남편이 문제를 일으키고, 아내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그려지지만, 상은과 윤범의 상황에서는 법적인 범인이 명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은은 어떤 법적인 처벌도 받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폭력을 당하기는 했지만, 그것마저도 실패로 끝났다.
이 이야기에서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 객관적인 판단과 주관적인 판단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오랜만에 흥미롭게 읽은 미스터리와 스릴러였다. 일반적인 가정을 소재로 한 것이 더욱 끔찍한 공포로 다가왔다. 그래서 이런 소재의 작품들이 계속 나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