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지 5개월 정도가 되어가는데 아직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가 어느 정도의 목적을 달성하면 휴전을 할 것이라는 예측은 있지만 그것도 단지 예측일 뿐이다. 이번 전쟁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전쟁의 명분과 목적, 그리고 이면의 수많은 복잡한 이해관계들.
하지만 그곳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단순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정도만 알고 있다. 러시아는 가해자, 우크라이나는 피해자라는 그런 인식. 또는 한국전쟁 때의 남한의 상황과 유사하게 보기도 한다. 어쨌거나 그런 정치적인 면을 여기에서 언급하기는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
전쟁은 인간이 야기하는 가장 폭력적인 사태이며, 인간성이 말살되는 집단행위이다. 대규모의 살상과 파괴가 발생하고, 피해도 이루 말할 수 없다. 그건 침공을 하는 국가나 당하는 국가나 마찬가지다. 특히나 민간인들의 피해가 크다.
이 책의 저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전부터 얼마간의 (정확한 기간은 나오지 않는다) 시간동안에 겪은 것을 그림과 짤막한 글로 기록한 것이다. '일기'라는 제목답게 노트에 연필로 써나간, 그려나간 기록은 매일의 비극을 담고 있다.
그 기록들을 한국에 사진으로 전달하여 15일만에 급박하게 번역하고 편집하여 펴낸 책이다. 시기성이 중요했을 것이다.
저자는 아이들을 데리고 전쟁 10일차에 거주지를 탈출해서 여러나라를 거쳐 현재는 불가리아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남편과 다른 가족은 현지에 머물러 있는 이산가족이기에 그 안부가 걱정이 될 것이다. 몸이 안전한 곳에 있다고 해서 마음까지 그럴 수는 없을테니.
전쟁지역에서 10일 정도의 기록, 그리고 그 이후의 피난과정에서의 기록뿐이라 전체적으로 분량은 짧다. 그리고 대부분 그림이 많아 글은 더 적어서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글보다 그림들이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을 단지 감상적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전쟁일기'라는 제목을 쓰기에는 기간이나 내용의 부족함이 있고 또 그곳에서의 실상을 모두 전해주지 못하는 한계는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관심을 좀 더 유도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