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옆의 시계가 똑딱 소리를 냈다. 시계추가 흔들리며 가구 사이에 고인 우리의 시간을 옷장에서 창으로, 탁자에서 긴 소파로, 난로에서 안락의자로, 낮에서 밤으로 삽질해서 퍼냈다. 벽에서는 나의 숨그네가 가슴에서는 심장삽이 똑딱 소리를 냈다. 심장삽이 그리웠다. pp.295
집은 내가 수용소에서 배고픈 천사와 지낼 때와 다름 없었다. 무덤덤한 사람 하나가 우리 모두를 거느리고 있는 것인지, 우리 각자에게 무덤덤한 사람이 하나씩 들어 있는 것인지는 결코 알 수 없었다. pp.298
나는 이미 몇 달째 발로는 집에 돌아와 있었다. 내가 무엇을 보고 왔는지 아무도 모르는 집에. 묻는 사람도 없었다. 이야기에는 신빙성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나는 아무도 묻지 않는 것이 기쁘면서도, 그 때문에 남모르는 상처를 받았다. pp.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