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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제일 큰 도시가 얼마나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움직여갈까 상상으로 화면들을 그려보았다. 나는 그 까만 물결 속에서도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도시의 불안과 어수선함 속에서 한 점의 등불 같은 선생님 집을 봤다. 나는 그때 그 등불이 소리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들어가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불빛 역시 휙 꺼지고 말 운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 역시 알아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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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머니에게 변명 비슷한 말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말은 어머니에게 하는 변명이자 내 마음에게 하는 변명이기도 했다. 억지로라도 어떤 사정을 가정해 선생님의 무응답을 변호하지 않고는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