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심리학자들은 아무리 전투가 한창일 때라도 사람들이 증오심에서 혹은 의무감에서 다른 인간을 쏘진 않는다고 말한다. 그 적이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걸 알아서 쏘는 것도 아니다. 대신 그들은 유사 종분화적인 전우애 때문에 쏜다. 전우를 보호하기 위해서, 제 옆의 동료들이 쓰러지는 걸 막기 위해서 쏜다. 그 동기를 제외한다면, 인간은 근접 거리의 살상에 강한 생래적 반감을 보인다. 칼이나 총검으로 격투를 벌이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제일 크고, 다음은 근거리 권총 발사, 그다음은 원거리 발사이고, 마지막으로 가장 쉽게 느끼는 것은 포와 폭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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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항감을 심리적으로 조절할 수도 있다. 신원이 특정된 개인을 목표로 삼지 않는 경우에는 훨씬 쉽다. 한 사람을 쏘는 것보다 집단에게 수류탄을 던지는 게 더 쉽다는 뜻이다. 개인을 죽이는 것은 집단을 죽이는 것보다 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