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시오 키로가. 처음 들어보는 작가다. 심지어 우루과이 작가다. 남미쪽 작품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지만, 그중에서도 우루과이는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문학에 있어서 국경이 있을까. 이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은 인간사의 공통된 궤적을 뚫고 지나간다. 그 궤적상에는 사랑-광기-죽음이 있다. 제목에서부터 작품들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도록 대놓고 이야기를 한 셈이다.
앞부분의 작품들을 읽었을 때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중간 부분을 지날 때쯤부터는 본격적으로 광기가 드러난다. 특히, 많이 알려진 <목 잘린 닭>과 <깃털 베개>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짧지만 결말을 예상할 수 없는 전개. 충격적 결말.
그 외에도 죽음에 대한 작품들도 여럿 있는데 끔찍한 죽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가 그런 작품들을 쓰게 된 것은 비극적인 그의 삶이 반영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해설에 나왔다시피 아버지의 죽음, 의붓아버지의 죽음, 형제와 누나의 죽음, 아내의 죽음, 친구의 죽음 등 그의 주변에선 죽음이 많았고, 그 또한 자살을 했다. 이어 그의 자녀들도 자살을 했으니 한 집안에 이런 비극이 또 있을까. 물론 그게 모두 그가 살아있는 동안에 일어난 것은 아니라고 해도 그 정도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었을까.
그래서 그는 그것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글을 썼던 것 같다. 때론 너무나 현실적으로, 때론 환상적으로 보여지는 그의 작품들은 우루과이의 자연과 문화를 배경으로 더 신비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쩌면, 작품의 현실이 너무 극악했기에 신기루처럼 느껴졌을 수도.
또한 그의 작품들을 보며 왜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이 떠올랐을까. 그것보다 더 끔찍한 버전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러면서도 그 속에 인간들(그리고 간혹 동물들)의 모습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키로가식의 에피퍼니도 함께.
독파가 아니었으면 접해보지 못했을 작품인데,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알게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