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가가 손에 넣고 싶어할 만한 수없이 많은 책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아마도 역사의 흐름을 따라 필사본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일 테다. 어느 시대이든 간에 문학적 자취를 남겼던 시대는 모두 수집가가 사랑함 직한 유물을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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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일반적으로 속세의 필사본들은 수집가들이 손댈 수 있는 범위 밖에 존재한다. 그러나 필사본 수집에는 인쇄본 수집과 비교할 수 없는 큰 장점이 있다. 모든 필사본은 세상에서 오직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다른 필사본과 완벽하게 똑같은 필사본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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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필사본 수집에는 그 과정에 쓰이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 외에도 더 심각한 문제가 한 가지 더 있다. 어떤 필사본이 완전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일이 극히 어려운 때가 허다하며, 어떤 때는 판단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