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말 이 언제 소통의 도구이긴 했던가? 우리는 평생 서로를 이해할 수 없으며 말은 이해보다는 오히려 오해의 도구가 아니었나? 아무에 게 돌을 던지거나 아무의 목을 매달아 까마귀밥으로 걸어놓는 무 기의 일종이며, 특히 현란한 말이야말로, 사람들을 통제하고 입속 의 혀처럼 부리다 그 가치와 흥미를 상실했다고 판단하는 즉시 도 륙내기를 일삼던 독재자들의 필수 재능 아닌가? p.89
진짜 노커와 가짜 노커의 구별이 무의미해진다. 어차피 모두가 노커가 되어버리거나 될 잠재력을 갖고 있는 거라 면, 인내심과 포용력 따위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로 퍼져나간다. 그와 함께 서로를 지칭할 수 있고 서로를 잇 는 명사, 대명사, 돈독한 관계나 적절한 거리와 위치를 규정할 수 있는 조사, 행동을 그나마 규정하고 제어할 수 있던 형용사와 동 사들의 체계가 무너진다. p.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