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변하는 것들은 저 자신을 소모하지 않는다. 세상과 영원히 똑같은 관계를 지속할 뿐이다. 세상과 스텝의 관계는 매복이고, 세상과 달의 관계는 밝힘이며, 들개는 도주, 풀은 흔들림이다. 세상과 나의 관계는 먹는 것이다. pp.220
그는 감자 한 알 한 알을 들여다보며 묻는다. 왜 하필 273개냐.
영하 273도는 절대영도니까요, 내가 말한다. 더 내려갈 수는 없어요.
오늘은 웬 과학 타령이냐. 그가 말한다. 잘못 센 건 아니고.
그럴 리가 없어요, 내가 말한다. 273이라는 숫자는 스스로 삼가거든요. 절대영도는 가설이잖아요. pp.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