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덕순의 진술은 단순했고 머뭇거림이 없었다. 우덕순은 찌르듯이 말했다. 우덕순의 삼십 년 생애는 끼니에 매달려 있었고 분 석할 만한 것이 없었다. 관동도독부 검찰관 미조부치는 우덕순이 허위 진술을 하지는 않지만 자신을 드러내 보일 언어적 역량 이 빈약하다고 판단했다. 범행 전까지의 우덕순의 행적에 대해서는 공범들도 아는 것이 없어 우덕순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우덕순의 생애는 남루해서 감출 것이 없었다. pp.209
우덕순은 자신의 직업을 '담배팔이'라고 진술했다. 우덕순은 몇 달 동안 대동공보의 구독료 수금원으로 일하면서 한 달에 십 루블을 받았는데, 하숙비에도 모자랐다. 우덕순의 하숙비는 늘 밀려 있었다. pp.210
우덕순이 자백한 살해의 동기는 사감이 아니라 정치적인 것이었지만, 미조부치는 그 정치성을 인정할 수 없었다. 미조부치가 우덕순의 정치성을 인정할 수 없는 배경은 자신의 논리성 이라기보다는 정치성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지만, 미조부치는 자신의 정치성을 부정했다. 우덕순 같은 하층의 불량배에게 정치사상이 있고 그것을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정신의 용력이 있다는 것을 미조부치는 인정할 수 없었고, 그것은 본국 외무성이 이 재판에 요구하는 방향이기도 했다. 미조부치는 우덕순이 저지른 행위의 사실과 우덕순의 사상 사이의 연관을 부정하는 쪽으로 신문의 방향을 정했다. 우덕순의 진술은 어눌했으나 규정력이 강해서 미조부치는 미리 설정된 방향을 밀고 나가기 어려웠다. pp.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