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개인으로서보다 여럿 가운데 누군가로 존재했다. 배려는 불필요했다. 한집에 사는 사람들처럼 서로가 서로를 위해 존재했다. 말하다보니, 어쩌면 나만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조차 그러지 않았을 수도 있다. pp.23
머지않아 사나운 굶주림이 덤벼들리라는 것을 우리는 알지 못했다. 그 이후 오 년 동안, 배고픈 천사가 찾아왔을 때 우리는 얼마나 자주 그 푸르스름한 염소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가. 그리고 얼마나 자주 그 염소들을 애도하였던가. pp.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