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부엌>을 다시 읽게 되었다. 꽤 오래전에 읽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독서기록을 보니 올해 5월에 읽은 책이었다. 아마 이 책이 나오자마자 읽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그렇게 오래된 것처럼 느껴졌을까.
독파에서 이 책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문학작품을 많이 읽는 독자들 뿐만 아니라 독파의 문턱을 낮춰서 더 많은 이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리라.
최근 이런류의 힐링소설들이 많다. 원래 일본에서 유행했던, 지금도 유행하고 있는 읽기 편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들인 듯한데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으면서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라노벨보다는 좀 더 일반적인 소설에 가깝고, 그렇다고 해서 문학작품처럼 다가가기 어렵진 않다. 문학적 작품성은 우선적 고려대상은 아니다.
사실 베스트셀러에 이런 책들만 올라오는 것이 좀 씁쓸하긴 하다.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골치 아픈 것들을 책에서까지 읽으려 하지 않고 감정소비를 하고 싶지 않은 독자들이 타겟층일 것이고, 또 이런 책들이 잘 팔리니 계속 나오겠지.
그러한 책들이 많다보니 다 비슷비슷하고, 갈등요소는 쉽게 풀어지고 해피엔딩을 향해 달려간다. 아니, 갈등요소라는게 있었나 싶다. 누구나 살면서 느끼는 비슷한 정도의 감정들, 고민들.
이책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은 평범한 개인에서부터 전문직, 연예인까지 다양하지만 그들은 모두 현재의 삶에 대해 회의와 불안을 갖고 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할 지 방향을 잃은 배처럼.
그럴 때 우연히 (대체로 우연히 들르게 되는 설정) 가게 된 곳이 소양리 북스 키친이고, 그곳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고 약간은 다른 선택,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원래의 방향에서 일탈하는 것은 아니다. 약간의 자극제가 되었다고 할까. 그러나 개연성보다는 억지스러움이 많다는 건 단점이다.
책을 모티브로 했지만 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좀 적은 듯하다. 책 자체보다는 그곳에 머무르면서 얻게 되는 것이 더 큰 듯.
이책에서 소개된 책들도 대부분 읽어보았는데 대체로 추천할만하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들도 관심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