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애들의 죽음을 생각함으로써 나도 나 나름대로 60년대를 정 리하는 셈이었다.
방학을 앞둔 며칠 전 교무실에 심부름을 갔다가 나는 60년대가 가버렸음을 또 한번 깊이 실감한 적이 있었다. 교무 선생이 두툼한 서류 용지를 한 묶음 꺼내놓고는 한 장씩 넘겨가며 거기에 계속 짧 은 줄을 긋고 있었는데 그것은 날짜가 인쇄된 부분, 즉 '196'이라 고 인쇄된 것에서 6자를 지우는 일이었다. 선생의 펜 끝에서 쏙 소리를 내며 6자 위에 두 개의 줄이 그어졌다. 그리고 그 위에 선명 한 잉크로 7자가 새로 등장했다. 거기서도 나는 60년대가 사라지 는 것을 실감했다.
그러나 라디오에서 그렇게 독려해대는데도 불구하고 70년대에 대해 굳이 기대나 희망을 따로 품어야 할 필요는 느껴지지 않았다. pp.393-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