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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이 장면이 그레고르에 대한 냉혹한 예언처럼 생각되었다. 긴 병원건물은 벌레가 된 그레고르의 연약한 둥근머리를 관통하는 잿빛쇠막대처럼 여겨졌고, 더 나아가 어쩌면 모든 병원이 작은 창문속 병실에 갇혀 있는 환자들을불가능한 삶의 희망을 볼모로 꼬치처럼 꿰고 있는 쇠꼬챙이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들은 쓸모없는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가족의 재산을 갉아먹는 해충같은 존재들이며 결국엔 가족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바삭한 껍질만을 남기고 죽어야하는그레고르의 운명인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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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창밖으로 보이는 현실이 실제로 얼마나 다채롭고 역동적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보이는 것이 무엇이든 벌레 존재의 흐릿해진 눈에는 회색의 불모지나 돌의 바다 또는 자갈밭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는 며칠 전 시멘트벽 아래에서 술을 마시는 세 노인을 보면서 그것이 현실이아니라 무채색 배경 속의 정물화 같다고 여겼던 것을 떠올렸다. 아직 병원에 입원하지도, 힘든 수술을 받지도 않았는데 그가 이미 벌레의 눈을 갖게 된 것인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