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비 아주머니는 땀을 흘려가며 할머니가 차린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몇 번이나 할머니를 칭찬했다. 새비 아주머니는 그런 사람이었다. 사람의 노력을 알아보고 애쓴 마음을 도닥여주는 사람, 겨울에 빨래를 하고 있으면 손이 시리지는 않은지 물어보고, 장을 봐오면 다녀오는 길이 힘들지는 않았는지 물어보는 사람. 예전처럼 자기 마음을 살피는 새비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니 할머니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pp.257
그러지 않으려고 했지만 할머니는 희자를 생각하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배움을 너무 쉽게 포기했다는 것, 아무것도 꿈꿔보지 않았다는 것, 결혼으로 도피하려 했다는 것, 일이든 사람이든 무언가를 위해서 단 한 번도 노력한 적이 없었다는 것. 그 모든 것들이 할머니는 그저 부끄러웠다. 할머니의 모든 선택이 그때로서는 합당하고 이치에 맞는 것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pp.257
"아깝다고 생각하면 마음 아프게 되지 않갔어. 기냥 충분하다구, 충분하다구 생각하구 살면 안 되갔어? 기냥 너랑 내가 서로 동무가 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주면 안 되갔어?" pp.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