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행동을 이해함에 있어서 우리는 이제 겨우 몇 발을 뗐을 뿐이다. 그래서 아직 설명되지 않은 거대한 틈이 남아 있고, 엄청나게 똑똑한 사람들마저도 그 틈을 작은 인간으로 메운다. 하지만 자유의지를 아무리 굳게 믿는 사람이라도 그것이 과거보다 점점 더 좁은 공간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우리가 인간의 적절한 행동에는 이마엽 겉질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과학으로부터 배운 게 20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조현병이 생화학적 질병이라는 사실을 안 건 7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오늘날 난독증이라고 불리는 읽기 장애가 게으름 탓이 아니라 겉질의 미세한 이상 탓이라는 사실을 안 지는 50년쯤 되었다. 후성유전학이 행동을 바꾼다는 사실을 안 지는 25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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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발견이 대부분 근년에야 이뤄졌음을 보여준 그래프와 표를 떠올려보자. 만약 당신이 오늘 밤 자정을 기해 과학이 딱 멈추는 변고가 일어나리라고 믿는다면, 그래서 이 책의 주제와 관련된 새로운 논문이나 발견이나 지식이 더는 등장하지 않으리라고 믿는다면, 그래서 지금 우리가 아는 내용이 전부라고 믿는다면, 당신이 취할 입장은 분명하다. 심각한 생물학적 이상이 비자발적 행동 변화를 일으키는 영역이 드물게 존재하지만, 우리는 누가 그 변화를 겪을지 잘 예측할 수 없다. 한마디로, 작은 인간은 팔팔하게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