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서른 살에 접어든 그로텐디크는 그곳에서 기하학의 토대를 재정립하고 수학의 모든 분야를 통합한다는 연구 계획을 발표했다. 한 세대의 교수와 학생 전부가 그로텐디크의 꿈에 투신했다. pp.74/209
수학의 통일이라는 꿈을 추구한 것은 가장 야심찬 정신의 소유자들뿐이었다. 데카르트는 기하학적 형태를 방정식으로 기술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밝혀낸 사람 중 하나다. pp.74/209
그로텐디크의 탁월한 점 중 하나는 모든 대수방정식 이면에 더 거대한 무언가가 숨어 있음을 간파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스킴이라고 불렀다. 그가 보기에 방정식에 대한 각각의 해, 각각의 형태는 그림자에 불과했다. "밤중에 회전하는 등 댓불에 비친 암석 해안의 윤곽처럼" 일반 스킴으로부터 투영된 환각적 영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로텐디크는 하나의 방정식에 들어맞는 수학적 우주를 통째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pp.75/209
그로텐디크는 태양을 손에 쥐고 싶어했다.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는 무수한 이론들을 묶을 수 있는 은밀한 뿌리를 밝혀내고자 했다. pp.78/209
그로텐디크는 자신의 개념들이 세상에 피해를 입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노심초사했다. 내가 추구하는 총체적 이해로부터 어떤 새로운 참상이 벌어질까? 인류가 심장의 심장에 도달하면 무슨 짓을 저지르게 될까? pp.79/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