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그가 읽은 시와 소설들은,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저도 모르게 쓰기 시작한 글들은 모두 그런 노력의 결과물들이었다. 아무런 의미가 없어 무자비할 수밖에 없는 자연에 맞서기 위해 상징을 부여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정현이 평생 몰두해온 일이었다. pp.44-45
인터뷰 속에서 어떤 사람은 자신의 치부를 숨김없이 드러냈고, 어떤 사람은 이제 와 그런 이야기를 하면 무엇 하겠느냐며 입을 다물었다. 자연을 닮아 인생의 나날로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비와 눈과 바람 같은 일들이 느닷없이 벌어지곤 했다. 그때마다 그들은 그럴듯한 이야기를 짜려는 소설가나 숨겨진 의미를 알아 내 불가해한 것들을 상징으로 만들려는 시인처럼 자신의 인생사를 설명했다. pp.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