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성인이 된 이후로 느꼈던 내 마음 을 선선히 인정했다. 내가 거듭해서 이모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결국 비슷한 주름을 얼굴에 새기면서 싫어하는 것들의 목록만 늘 려가는 인간이 될까봐, 자기 상처에 매몰되어 다른 사람의 상처 는 무시하고 별것도 아니라고 얕잡아 보는 편협하고 어두운 인간이 될까봐 겁이 났다는 사실을. 하지만 나는 이미 그런 사람이 되 어가고 있었다. 이마에 떨어진 차가운 눈송이가 곧 물방울이 되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pp.255-256
언젠가 이모에게 왜 나를 데리고 옛 일터에 갔었는지 물었다. 그러자 이모는 뜬금없이 내가 웃고 싶지 않을 때 웃지 않아도 되 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그런 사람이 되 었다고 덧붙였다. 그건 사실이 아니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전히 이모가 그렇게 믿고 있기를 바란 다. 나의 삶이 성공적이라고, 자신의 삶과는 다르다고, 자신이 틀 리지 않았다고 미소 짓기를, 안심하기를. p.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