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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하지않으니까. 그는 또 잠시 쉬었다가 내 안에서 뭔가이상하게 예민한 감각이 생겨난 것 같았어. 라고말했다.
"원해서 생겨난게아니고 그냥 생겨난거야. 이를테면 개인마다 감당할수 있는 감각의 에너지나 민감함의 총량이 정해져있다고 할때, 한 감각이 억제되면 다른 감각이 개발되는 식이지. 예전 같으면 비슷하다고 여겼을 것들에서 무한한 차이를 식별하게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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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후로도 자신을 측은히 여기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수많은 스펙트럼을 구분해낼 수 있었다고 했다. 전달해야 할 요구를 쪽지에 적어 읽힐 때 그들의 눈빛과 사소한 몸짓만 보고도 그게 독이 든 측은함인지 아닌지 저절로 알게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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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제까지 말한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도저히 견딜수 없는 자폐감이 서서히 엄습해왔다고 말했다. 엄습이라는말에 나도 덩달아 가슴이 답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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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수술한 시기는 초여름이었는데 수술한 날 비가왔다고 했다. 택시 차창밖으로 비가내리는걸보면서 그는 아무말도 할수없다는게 답답하게 여겨졌다고 했다. 비온다. 비오네, 그런 말을 할수 없으니 답답하다하는 정도의 느낌.
"그런데 곧장마가 시작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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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사소하게 느껴졌던 답답함이 장마가 시작되자 불어난 급류처럼 그를압도해왔다.
"하루종일 비오는걸보면서도 비온다고말할수가 없으니까 정말 죽을 것 같았어. 과장이 아니라 호흡이 가빠지고 가슴이 뻐근해져서 이러다 죽겠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어. 왜 이럴까, 이까짓 비가 뭐라고, 수도없이 생각해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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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절망적인 자폐감이 비로인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되었다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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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란게 하고그가말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기 위한것 같지만, 근본적으로는 나와 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니까그동안 난쉴새없이 누군가에게 말을 해왔는데, 그말을사실 나도 듣고있었던거지. 그런 의미에서 말은 순수히 타인만 향한 게 아니라 나를 향한 것이기도 했던거야. 그런데 말을 못하게 되면서 타인을 향한 말은 그럭저 럭포기가 되는데 나를 향한 말은, 그건 절대포기가 안되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