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이 일상이며 러시안 룰렛이 복권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극도로 예민해지거나 미쳐버 린 사람들이 늘어나는 동안, 자신에게 정신감응이며 물건 이동 같 은 초능력이 생겼다고 믿는 이들도 많아졌다. p.23
그러나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입소 전 상태를 고려 하면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유창하지만 의외로 내용은 심심했는 데, 어디서든 만 번쯤은 들어보고 더는 우려낼 사골조차 남지 않 아서 이제는 무언가의 오마주로서가 아니면 갖다 쓰기도 민망한 클리셰로 정착된 듯싶은 화소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므로, 엄마가 예전에 본 영화들의 주요 장면을 죄다 뒤섞은 걸 두고 자 신의 기억이라고 믿는 것처럼 보였다. 비록 작화증이라고 하더라 도 오래된 영화의 스토리를 기억한다는 것 자체는 긍정적...... 이라고 봐도 되나.
그렇게 이름을 교환한 것 말고는 서로 대화가 도무지 안 됐지 만, 별로 상관은 없었어요. 우리는 둘 다 손이 있으니 마주잡을 수 있고, 입이 있으니 웃을 수 있었거든요. 그거면 된 거 아닌가? p.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