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X에 관여하는 운동앞 겉질 뉴런들 중 약 10%는 다른 개체가 행동 X를 하는 걸 지켜보기만 하는 동안에도 활성화한다는 결과가 일관되게 나왔던 것이다. 근육에 움직임을 지시하는 작업으로부터 겨우 몇 단계 떨어져 있는 뉴런들의 행태라기에는 아주 이상했다. 이 뉴런들은 움직임을 ‘미러링’하는 데, 즉 거울처럼 반영하는 데 관여하는 것 같았다. 짠! 이렇게 해서 ‘거울 뉴런’이 세상에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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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자면, 거울 뉴런은 의식적 모방이든 무의식적 모방이든 우리가 타인을 모방하는 상황에 관여하며, 행동 자체뿐 아니라 그 이면의 의도도 포함해서 반응한다. 하지만 이것이 인과관계라는 증거는 아직 없다. 자동적이든 의식적이든 모방에는 반드시 거울 뉴런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게다가 처음 이 세포가 확인되었던 레서스원숭이가 행동 모방을 하지 않는 종이라는 점도 거울 뉴런과 모방을 선뜻 연결 짓기 어렵게 만드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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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뉴런이 타인의 행동을 이해하도록 도움으로써 나아가 타인을 이해하도록 만든다는 생각은 두 가지 이유에서 엄한 비판에 처했다. 가장 두드러진 비판자는 예의 히콕이었다. 첫째 근거는 인과의 문제다. 거울 뉴런 활성화와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려는 시도에 연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 연구는 몇 있지만, 전자가 후자의 원인임을 보여주는 증거는 없다시피 하다. 두번째 근거는 우리가 어떤 행동을 스스로 흉내조차 못 내더라도 그 행동을 하는 타인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다는 명백한 사실이다. 가령 장대높이뛰기로 5.5미터를 넘는 행동이나 특수상대성이론을 해설하는 행동에 대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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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거울 뉴런의 활성화가 타인의 행동을 이해하려는 시도와 연관되어 있는 건 사실이라고 해도, 그 역할은 이해의 필수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니며 그저 저차원적이고 구체적인 측면에만 관여하는 듯하다. 그리고 거울 뉴런이 타인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창이자 내면으로부터 솟아나는 기똥찬 이해를 가능케 하는 수단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히콕이 2014년 출간하여 호평받은 책 제목으로 답하면 충분할 것 같다. 『거울 뉴런이라는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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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대를 선도하여 비판적 사고를 주장하는 이단아라면 좋겠지만, 사실은 근년에 대부분의 관련자들이 거울 뉴런 이야기는 과장이라고 지적했다. 뉴욕대학교의 심리학자 게리 마커스는 거울 뉴런을 가리켜 “심리학 역사상 최고로 과대 선전된 개념”이라고 말했고,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철학자 겸 신경과학자인 퍼트리샤 처칠랜드는 “‘너무 따지지 말자’ 주의자들의 보물”이라고 말했으며, 하버드대학교의 스티븐 핑커는 이렇게 결론했다. “거울 뉴런은 사실 언어도, 감정이입도, 사회도 설명하지 못한다. 물론 세계평화도.” 한마디로, 거울 뉴런이 이 장의 관심사와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