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화물의 진짜 기원은 1782년에 최초의 현대적 합성 안료 프러시안블루에서 분리된 부산물이다. pp.15/209
디스바흐가 새로운 색깔을 '프러시안블루'로 명명한 것은 고대의 영광을 능가할 제국과 자신의 우연한 발견 사이에 끈끈하고 꾸준한 연관성을 부여하기 위해서였다. 훗날 독일 제국이 몰락하리라는 것은 그보다 훨씬 유능한 사람, 어쩌면 예지력의 저주를 받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pp.16/209
18세기 들머리에 인류가 알고 있던 원소는 철, 금, 은, 구리, 주석, 납, 인, 비소 등 몇 가지에 불과했다. 화학은 아직 연금술에서 갈라져 나오지 않았으며 비스무트, 비트리올, 진사, 아말감 같은 온갖 아리송한 이름으로 불리는 화합물은 뜻밖의, 종종 행운의 사건을 낳는 부화장이었다. 이를테면 프러시안블루는 이 색깔이 처음 합성된 안료 공방에서 일하던 젊은 연금술사가 아니었다면 결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pp.18/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