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물방울은 피 라미드가 갓 등장했을 때부터 떨어지고 있었다. 트로이가 무너졌을 때도, 로마가 초석을 놓았을 때도,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도, 정복왕 윌리엄이 대영제국을 세웠을 때도, 콜럼버스가 바다 를 누비고 다녔을 때도, 렉싱턴 대학살이 일어났을 때도 어김없이 떨어져 내렸다. 물방울은 지금도 떨어지고 있고, 이 모든 일들이 역 사의 뒤안길로 물러나 희미한 전설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다가 종국 에는 망각이라는 짙은 어둠 속에 묻힐 때도 변함없이 떨어져 내릴 것이다. 세상 만물에는 제각기 목적과 사명이 있기라도 한 것일까? 야반도주나 하는 이 인간 버러지의 마른 목을 축여주려고 이 물방 울은 5천 년을 인내하며 떨어져 내렸던 것일까? 그리고 앞으로도 만년을 채우며 완수해야 할 중요한 목표가 또 있는 것일까? pp.356/406(전자책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