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을 의식하지 않고 살았다면 거짓말. 수능도 안 봤지만 대학 순위표는 머릿속에 줄곧 각인되어 있었다. 한국에서 명문대란 만병통치약 같아서 어딜 가나 약발이 들었다. pp.92
역사가 세월호 참사로 기억하는 그날 이후 내 삶은 차력쇼에 동원된 송판처럼 층층이 박살났다. 많은 사람이 그러했듯 나 역시 며칠간 우울하고 아무 일도 손에 안 잡혀서 집에서 먹고 자기만 했다. 그사이에도 내 목을 빙 두른 밧줄은 소리 없이 죄어오고 있었다. 이상 징후를 깨달은 건 퇴직금이 입금된 날이었다. pp.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