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소에서는 그런 손수건을 쓸 일이 없었다. 그 수년 동안 물물교환 장터에서 먹을 것과 바꿀 수도 있었다. 그 손수건이면 설탕이나 소금, 어쩌면 좁쌀도 얻을 수 있었다. 배고픔에 눈이 멀어 그런 유혹도 느꼈다. 내가 참고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손수건이 내 운명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운명을 포기하면 지는 것이었다. 나는 확신했다. 너는 돌아올 거야라는 할머니의 작별인사가 손수건으로 모습을 바꿨음을. 나는 손수건이야말로 수용소에서 나를 보살펴준 단 한 사람이었다고 한 점 부 끄러움 없이 말할 수 있다. 지금도 그 확신에는 변함이 없다. 때로 물건들은 형언할 수 없는 의외의 섬세함을 가지게 된다. pp.88-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