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우리의 변화가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이라 믿었다. 그렇게 나다운 것들을 깨끗이 표백하고 나면 비로소 매거진 C의 색깔이 입혀져 그토록 염원하던 정직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pp.38
황은채와 나는 우리가 너무 어리석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매거진 C에서는 그 어떤 질문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무슨 질문을 하든 원하는 답을 구할 수 없는 게 이곳의 문법이라는 것을. 적막하고 건조한 사무실에 앉아 있노라니 어이없고 화나고 억울한 마음이 한꺼번에 몰아쳐왔으나 생각을 멈추기로 마음 먹었다. pp.42
선배 있잖아요, 저는 칭찬을 듣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냥 인간 취급을 받고 싶었어요. 실력도 없는 주제에 이름이나 알리고 싶어하는 요즘 애들이 아니라, 방사능을 맞고 조증에 걸린 애가 아니라, 최선을 다해 삶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한 명의 인간으로요. pp.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