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는 어둠만 있는 것이 아니었으리라. 멀리서 규칙적으로 반짝이는 빛도, 대지의 윤곽을 만들며 밤하늘로 은은하게 번지는 빛도 있었으리라. pp.149
봄의 울음과 달리 슬픈 감정은 전혀 없었다. 물론 상실감은 있었다. 연극이 끝났다는 것, 더이상의 술자리는 없다는 것, 그리고 엄마를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 명준은 그렇게 상실을 받아들였다. 그렇기에 그 울음은, 말하자면 피에로의 재담 같은 아이러니의 울음이었다. 그가 늘 믿어온 대로 인생의 지혜가 아이러니의 형식으로만 말해질 수 있다면, 상실이란 잃어버림을 얻는 일 이었다. 그렇게 엄마 없는 첫 여름을 그는 영영 떠나보냈다. pp.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