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엄마가 술래가 될 차례야. 그리고 이 세상은 또 한 명의 술래를 갖게 되겠 지. 깍두기는 없이 술래만으로 가득찬 세상이 되라지. p.94
말하고 생각할 수 있다 한들 그걸 들어줄 귀가 남아 있지 않으니, 엄마도 너의 언어를 새롭게 익힐래. 너의 말도 안 되 는 말들을 데우고 끓여서 그것을 새로운 양분으로 삼을게. 엄마의 근육, 뼈에 너의 말 같지 않은 말들을 새겨나갈게. 그러자면 우 선 노크에 응답하여 후드를 벗기고 네 얼굴을 들여다보아야겠지. p.95
엄마가 말 을 잃고 나면 그 진실을 누구에게도 전해줄 수 없게 되겠지. 말할 수 없게 되는 것은 하나도 아쉽지 않지만, 그래도 너에 대한 애틋 하고 복잡한 마음까지 없어지지는 않겠지? 너라는 존재를 잊는 건 아니겠지? 너의 아름다움과 선함과 진실함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정함을 다 알면서도 말로 맺을 수 없을 뿐이겠지? 이 모든 짐작 이 사실일지 여부를, 다정이 손을 뻗어 치기 전까지 민주는 알 수 없으므로 나지막한 목소리로 재차 딸을 부른다. p.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