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는 예술작품도 사상도, 추문과 관련되었을지언정 독특한 경험의 증언도, 전수할 게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일기를 쓴 적도 없었다. 그녀의 철학적 메시지는 모리스 슈발리에의 레코드판 재킷에 적힌 말로 요약될 수 있지 않을까. "인생살이, 걱정할 필요 없다." 그녀의 유일한 업적은 모든 예상을 뛰어넘고 계속 살았다는 것. 잔 칼망은 그저 시간, 시간의 화신 그 자체였다.
그 여자는 참화나 대격변 등은 제거된, 생물학적인 순수한 시간에 지나지 않았다.
잔 칼망은 이제 눈이 잘 안 보이고 귀도 잘 안 들리고 고양이처럼 하루종일 졸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 노인이 어떤 대가를 치를지언정 버티길 원했다. 우리는 양피지처럼 말라비틀어지고 쪼그라들었으나 1880년대에 아를의 거리를 뛰어다니던 소녀의 육신과 동일한 그 육신을 영원히 사라진 세계를 보았던 그 두 눈을, 보존하고 싶어했다. 우리는 그녀가, 망자를 인도하는 그 시간의 여신이 우리가 금세기 저편으로 건너갈 때 함께하길 갈망했다.
<금세기 저편에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