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새폴스키는 신경내분비학자로서 아프리카에서 수십 년 동안 영장류를 연구해 왔다. 그의 경험과 연구, 그리고 학문적인 내용들을 접목하여 여러 책을 저술하였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그의 책을 처음 읽어보게 되었다. 아마 독파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읽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 책은 방대한 분량과 깊이를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유머러스해서 지루하지 않았고, 그가 이끄는 대로 즐겁게 여행을 하고 온 듯하다. 번역도 전반적으로 준수하였지만, 의학용어에 대한 이질감은 어쩔 수가 없다. 이 부분은 아직도 용어에 대한 컨센서스가 이루어지지 못해서 생긴 혼란이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책들을 많이 읽었지만 명확하게 와닿은 것들은 별로 없었다. 인간이 본래부터 선한 마음을 갖고 있는 존재라고 본 책들은 억지스러운 듯해서 오히려 반감이 들었고, 인간의 악한 면 (폭력성 등)을 보여주는 책들은 희망적으로 마무리하고 있지만 결국 그러한 모든 것들이 어떠한 지향점을 향하고 있는 듯했다. 수많은 논거를 들어 그것들의 타당성을 보여주려고 해도 우리가 체감하는 것은 그러한 것들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다소 영리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전반부인 1장~10장까지는 생물학을 기반으로 해서 어떤 행동의 원인을 근원까지 파고든다. 그것을 1초 전~최초 생물의 발생 순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은 아주 흥미로웠다. 그러한 시간의 흐름을 생물학의 여러 분야와 대응시켜 보는 방식이다.
행동 1초 전의 뇌의 자동화된 무의식적 과정, 몇 초 전의 의식적 행동과 관련된 신경계의 작용, 몇 시간에서 며칠 전의 호르몬의 영향, 며칠에서 몇 달 전에는 만성 스트레스와 신경 가소성의 적응 등의 영향을 살펴본다. 더 거슬러 올라가 수년과 수십 년 전에는 문화의 형성과 개인 발달, 수 세기에서 수천 년 전에는 진화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아울러 수정 및 임신시기와 청소년기 시기도 곁들여서 보여준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내면의 불완전한 구조들,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고루 살펴보았다. 행동은 단순히 다양한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발생하기까지 유전적, 진화적으로 이유가 있었다.
의학용어와 해부학적 구조, 내분비학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관련된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래서 부록에서는 간단하게나마 신경과학과 내분비학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러나 후반부인 11장~17장까지가 저자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그는 전반부에서 우리의 행동의 원인을 고찰했던 것을 바탕으로 그 사고를 더 확장해 나간다. 전반부가 나와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강조한 것이었다면, 후반부는 내가 속해있는 '우리'에 대한 것을 다룬다. 물론 '우리' 역시 나를 둘러싼 환경에 포함된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환경이 아니며 그 가운데서 여러 가지가 형성된다. 그러한 관계에서 사회적인 문제들도 발생한다.
우리의 행동을 신경과학을 기반으로 계층적, 다면적으로 보려는 그의 목표는 원대했다. 이 책은 마치 거대한 풍경화를 보고 있는 듯하면서도 그 안에 있는 것들 하나하나의 세부적인 묘사까지도 너무나 또렷한 작품과 같다.
그러나 생물학에서 심리학적인 측면으로 넘어가면서부터는 몰입도가 다소 감소했다. 이러한 류의 책을 많이 읽은 탓이기도 하겠지만 여러 책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내용과 주장들, 특히 심리학 실험에 대한 내용은 식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인간의 행동을 파악하기 위해선 개인별로 보는 것보다는 집단적으로 보는 것이 더 쉽고, 통계적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결과가 늘 진실을 말해주지는 못한다.
물론 그러한 심리학 실험들이 갖는 의미가 있지만 그 가운데는 비판을 받고 있거나 틀린 것으로 밝혀진 것들도 있다. 새폴스키도 그러한 것을 잘 알고 있는지 그러한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반박도 하고 있으며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는 것은 마음에 들었다. 심리학 실험뿐만 아니라 유사과학처럼 여거지는 것들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사실 그는 데이터가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 이상의 과도한 해석을 삼가려고 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한 절제력도 이 책의 미덕이다. 그러한 절제력을 유머로 해소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책을 저술하려면 최소한 그 정도의 성의는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독자에 따라서는 전반부보다는 후반부에 더 흥미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그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마치 "We are the world"와 같은 마무리였지만 그가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는 알겠다. 또한 형사사법제도와 자유의지에 대한 부분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더 나아가서는 윤리와도 연결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방대한 분량을 통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들이 더 많으며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과학이 더 많은 것들을 밝혀내더라도 그것은 바닷물을 스푼으로 퍼내는 정도일 테니까.
그런 면에서 자연과학보다는 아직은 사회과학이 더 먹혀드는 것일 수도 있으리라. 그는 그러한 사회과학을 좀 더 자연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당기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 책 전반에서는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그의 폭넓은 지식 덕분에 그야말로 '통섭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를 다룬 책이지만 분량과 난이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면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며, 이러한 분야를 다룬 책 중에서 가장 추천할만한 책이다.
칼란님, 완독 후기 잘 읽었습니다. 거대한 풍경화를 보고 있는 듯하면서도 세부적인 묘사까지도 너무나 뚜렷한 작품 같다는 말씀이 좋았습니다. 질문이 있는데요, 칸 띄우기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엔터키를 10회 정도 눌러서 칸을 띄워봤지만 잘 안되네요.
칼란님, 완독 후기 잘 읽었습니다. 거대한 풍경화를 보고 있는 듯하면서도 세부적인 묘사까지도 너무나 뚜렷한 작품 같다는 말씀이 좋았습니다. 질문이 있는데요, 칸 띄우기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엔터키를 10회 정도 눌러서 칸을 띄워봤지만 잘 안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칸 띄우기는 태그를 이용해야 하는데요, <.br.> 태그 (점은 빼주세요)를 이용하면 줄넘김을 할 수 있고, 이 태그를 두 개 연달아 쓰면 한 줄씩 넘어갑니다. 독파의 게시판이 HTML 기반이라 태그를 써서 줄을 넘겨야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렇게 따로 창을 띄워 보면 또 줄이 너무 많이 떨어지게 되는 문제도 있어요. 독파 플랫폼은 하반기쯤에 업그레이드를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칸 띄우기는 태그를 이용해야 하는데요, <.br.> 태그 (점은 빼주세요)를 이용하면 줄넘김을 할 수 있고, 이 태그를 두 개 연달아 쓰면 한 줄씩 넘어갑니다. 독파의 게시판이 HTML 기반이라 태그를 써서 줄을 넘겨야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렇게 따로 창을 띄워 보면 또 줄이 너무 많이 떨어지게 되는 문제도 있어요. 독파 플랫폼은 하반기쯤에 업그레이드를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