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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지 않을 것 같은 사람, 그게 화수였다. 균형 감각이 좋았다. 온화하면서 단호한 성격, 과거를 돌아보되 매몰되지 않고 미래를 계획하되 틀어져도 유연한 태도, 살면서 만나는누구와도 알맞은거리감을 유지하는 판단력, 일과삶에 에너지를 배분하는 감각...... 이를테면 요새 유행하는 명상 앱의 차분한 목소리를 닮았던 것이다. 현재에 건강히 집중하는 모습이. 그런 화수가 넘어질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넘어져도 바로 일어설수있을줄알았다. 어떤 미친놈의 태클에 이렇게 오래 엎드려 있을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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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 다시 살아나?"
그 물음에 화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헛된 약속은 하지 않는 사람이라사랑했는데, 이제는 헛된 약속이라도 해주길 바랄뿐이었다. 결혼에 대해 비이성적으로 높은 기대를 했던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변하고만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변화의 폭까지 감당하려고 했는데............ 감당 가능한폭이 아니었다. 난기류인줄알았건만추락 하는중이었다. 아득한 절망감에 죽은남자보다도 죽은 듯이 느껴지는 날들이 이어졌다. 옛날사람들이 왜 부관참시를 했는지 이해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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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건아닌데, 한번에 대단한 시야를 얻을수 없다는 것은 알게 되었달까. 어두운곳에서 짚어가며 넘어져가며 탐색할수밖에 없다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