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 많은 추잡한 일들을 공유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가장 내밀한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 하긴 상대방에게 진실을 숨긴 채 다른 것들을 욕망하며 사는 우리의 관계야말로 지극히 일반적이고도 정상적인 커플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p.93/256 (전자책 기준)
상대방에게 내 가장 약한 부분을 드러내고, 상대의 아픈 부분을 알게 되는 것이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믿는 것. 일종의 신앙과도 같은 믿음. 그 순진한 믿음이 거울을 보는 것처럼 소름 끼치게 싫었다. (...) 그러니까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을 말하지 마. 나의 아픈 부분까지 알아내려고 하지 마. 특별해지려고도 하지 마. p.97/256 (전자책 기준)
문경 언니의 말처럼 나는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을 그저 나를 위한 장식품처럼 여겨왔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겹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망쳐버렸을 땐 상대방 탓을 하며 도망쳐버리면 그만이었는데, 내가 나에게서 도망칠 수는 없었다. 그것만큼 절망적인 일은 없다. p.99/256 (전자책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