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야 동생이 그토록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이유를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되었다. 화려하게 놀기 위해 노력한다. 그 나름 멋진 삶의 방식 아닌가. 헤어지는 길에 돈을 뽑아 동생에게 20만원을 건네주었다. 재밌는 경험 시켜줘서 고맙다는 인사에 동생은 씩 웃어 보였다. 그 웃음은 짝퉁이 아니라 진퉁이었다. pp.83
계속되는 잔업과 특근에 힘듦보단 따분함을 느꼈다. 직장생활이 적응에서 안정의 단계로 돌입한 듯했다. 이는 비로소 노동을 일상에 초대하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되, 앞으로의 회사생활이 점차 무료해져갈 것을 예고하는 복선이었다. 일은 바쁘고 헛짬밥만 쌓여 실수하기 딱 좋을 무렵, 결국 대형 사고 하나를 터뜨리고 말았다. pp.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