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고 두꺼운 암막 커튼을 쳤는데도 이 방안은 왜 이렇게 어 둡지 않을까. 눈을 감고 안대를 썼는데도 왜 어떤 잔상이 망막 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는 걸까. 묻고 싶었다. 우리가 잠들 수 없는 것은 그래서일까. 우리가 우리에게서 빛의 기미를 완전 히 떼어놓을 수 없기 때문에. p.253
엘로이즈는 말년에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쏟아지는 한낮의 햇볕 아래서 아찔한 평온을 느낍니 다. 피부 전체가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따갑고, 빛은 마치 그 구멍들을 통해 나를 관통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빛은 나를 통 과하지 않았습니다. 나를 닮은 그림자가 여기 있기 때문입니 다. 하지만 내게 그 그림자는 내 몸만한 어둠이 아니라 빛의 잔해처럼 보입니다. 나는 그것을 그리고 있습니다.' p.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