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듯한 대답도, 표현도 떠오르지 않았다. 단지 격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크리스의 이미지들이 한꺼번에 몰려왔을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이렇게 되뇌었다. 지금은 내 마음을 분석하고, 해부할 때가 아니야. 해답 따위는 필요 없어. 내가 어떤 마음인지는 내가 가장 가장 잘 아니까 말이야. (전자책 기준 4%)
내가 그러는 건 강요당해서도 아니고, 죄책감이나 책임 감을 느꼈기 때문도 아니며, 꼭두각시가 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누군가에게 증명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나는 단지 사랑하는 이의 목숨을 구하고 싶을 뿐이었다. (전자책 기준 5%)
사실, 가장 쉽고 안전한 방법은 크리스가 나의 내부에서 뭔가를 경험하기는커녕 아예 있지도 않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나는 그의 일부를 몸에 보관하고 있을 뿐이고, 그의 클론의 대리모는 다른 일부를 보관하고 있다. 이 두 부분이 하나로 합쳐졌을 때만 비로소 그는 정말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크리스는 림보에 가 있었다.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닌 상태로. (전자책 기준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