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자신의 슬픔을 언어로 어루만지려 하지만, 그것은 구름
을 잡는 것과 같다.
그러는 대신 마리는 말을 타면서 신을 생각한다. 문득 신은 분명 하늘의 태양과 같을 거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낮에는 떠오르고 밤 에는 잠들고, 무한히 자신을 새롭게 하는 태양, 태양은 온기와 빛 을 쏟아내기에 따뜻하지만 동시에 이 땅을 생명으로 채우는 인간 이 살고 죽는데도 지속되기에 차갑고 멀다. 인간이 살든 죽든 태양 은 상관하지 않고, 자기 길을 바꾸지 않으며, 저 아래 땅 위의 소음 에 귀기울이지 않고, 인간의 삶을 내려다보려고 멈추는 일도 전혀 없다. 우리가 태양에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지어 붙이려 해도, 태양 은 그것을 떨쳐버리고 찬란하고 멀고 무의미하게 그 자체로 조용 히 존재한다. 저 아래 땅의 흙속에서 분쟁에 휘말린 인간들, 자신들의 웅장한 모습에 비하면 들리지도 않는 말로 울부짖는 작고 꿈틀거리는 벌 레처럼 보일 인간들, 그 더럽고 작은 피조물을 위해 개입하는 것은 성인과 천사다. p.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