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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어린이에서 이제 책과 함께 생활하는 어른이 된 나는 여전히 글에서 교훈을 찾거나만들려고하지 않는다. 교훈은 글에서 나오지 않는걸 알기 때문이다. 교훈이라고 부를만한것은 언제나 한사람의 숭고한 삶에서나오는데 그 삶을 글에 담는건 또다른 문제다. 삶 자체가 글이 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권정생을 읽 을때 가슴에 스미는 거룩함의 정체는, 그가 바로이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는 증거다. 어린이였을때 나는 이미 어른이라고 느꼈는데 지금은 어른의 경계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나이먹고 키가 자랐다고 다 어른은 아닐텐데. 이 책에 어느날의 일기를 쓴 사람도 나와 비슷한 마음인가보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오늘은 우리 함께 고민을 나누면서 하루쯤 지내보면 어떨까. 어른이 되어도 친구는 필요하다. 아니, 어른이 되려면 괜찮은 친구가 있어야한다고 해야 맞겠다. 우리는 아직 어른이 아니니까 함께 읽고, 조금은 또 울어도 좋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유행에서 자유로울 것 같지만,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책도 때마다 유행이 있어서 베스트셀러를 읽지 않으면 책을 잘 모르는사람 취급을 받을 때가 있다. 나는 책방을 운영하면서도 베스트셀러를 잘 읽지 않는다. 신간서점이라면 모를까 일단은 헌책방이기 때문에 지금 잘팔리는 베스트셀러를 갖다놓
고팔지않아도되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를 팔고싶지않아서 헌책방을 차린 것도 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