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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을 소화해내려면 버거웠고, 긴 가족여행은 확실히 지쳤다. 물속에 내내 잠겨 있는 쪽이 나았다. 말을 하고 싶지 않은 것에서 더 나아가 생각을 하고싶지 않았다. 잠수해서 초를 세고, 천천히 떠올랐다가 다시 내려가고, 호흡과 체온과 근육의 상태에만 집중하는게 좋았다. 입안의 큰공기방울과 몸속을 돌아다닐 작은 분자들에 대 해서만 감각하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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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하지 않으면,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진다. 혹은 시간을 뛰어넘는 것처럼 느껴진다. 선사시대, 중생대, 고생대 뭐 그런 학교에서 배운옛날부터 물속에 잠겨 있었던 것처럼, 물위의 세계가 다망하고도 계속 잠겨 있을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