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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은 이 정신나간 이성, 과학의 영혼을 따라다니는 유령을 보았다. 형체 없는 망령 같기도, 악령 같기도 한 그 존재는 회의와 학회에 참석한 동료들의 머리 위를 떠다녔고, 동료들이 방정식을 적어내려갈 때 어깨 너머로 빼꼼 구경하다 슬그머니 옆구리를 찌르곤 했다. 실로 사악한 이
힘은, 논리적인 동시에 지독하게 비이성적이었고, 아직은 다 자라지 않아 잠잠했지만 의심할 여지 없이 몸집을 키워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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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은 이제 막 시작된 힘의 영향을 감지했다. 그 힘이 우리를 향해 덩굴손을 느릿느릿 뻗치며 내는 희미한 소리를 그는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무어라 명명할 수도, 특정할 수도, 감히 소리 내어 말할 수조차 없었다. 이 병적인 상상이, 기필코 막아야 한다고 느끼는 불가해한 고 뇌의 근원이 과연 진정한 예지력의 산물인지, 아니면 그의 머릿속을 서서히 장악해가는 망상의 암덩어리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