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적이라고 생각해온 사랑이 흔한 해프닝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을 때 사람들은 당연히 사랑에 대한 냉소를 갖게 된다. 그렇 다면 다시는 사랑에 빠지지 않을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사랑 에 빠지는 일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얼마든지 다시 사랑에 빠지며, 자기 삶을 바라볼 수 있는 거리 유지의 감각과 신 랄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집착 없이 그 사랑에 열중할 수가 있다. 사랑은 냉소에 의해 불붙여지며 그 냉소의 원인이 된 배신에 의해 완성된다.
삶도 마찬가지다. 냉소적인 사람은 삶에 성실하다. 삶에 집착하 는 사람일수록 언제나 자기 삶에 불평을 품으며 불성실하다. 나는 그것을 광진테라 아저씨 박광진씨를 통해서 알았다. pp.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