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상은이라는 여자보다 그 여자가 살고 있는 세계가 더 두려웠다. 어느 것 하나 정돈되지 않은 삶. 나는 그런 삶을 잘 알고 있다. 그 세계가 너무 끔찍했다. 52%
나는 그 집에서 뛰쳐나와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는 소변이 너무 마려워 울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친구가 보여준 가난이 두려워서였던 것 같다. 나는 그날 이후로 학교에서 마주친 그 친구를 동등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다. 52%
그후 내가 좀더 중심가에 있는 중학교로, 고등학교로, 그리고 서울 중심에 위치한 대학으로 진학하면서 깨달은 건 나 역시 가난하다는 것이었다. 내가 그 친구를 바라보던 시선으로 누군가 나를 바라볼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내 안에서 점점 자라났다.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