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흙을 파내려가는 뾰족한 손톱을 생각해 상처 입은 무 릎을 배고파 잠이 오지 않는 매일 밤의 뒤척임을, 빛이 머 리를 관통할 때의 저린 통증을 생각해
시간은 약이 아니다 생각에는 마침표가 없기 때문에 빛과 소리는 끝이 없고 단지 이동할 뿐이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 계속되었다
밤은 길고 밤은 영원해서
그치지 않았다
동그랗게 모여 앉은 우리가 기울어질 때
영문도 모르는 채
술렁이며 눈물이 번질 때
누구도 다음, 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p.47 <진짜 괴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