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김주란을 비웃느라 놓친 게 아니었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기시감이 들어 버스를 탈 수 없었다. 김주란의 멍청함을 비웃으며 했던 생각들은 남편이 항상 나를 두고 했던 말과 다름없었다. 나는 얼굴에서 웃음기를 거두었다. 남편을 증오하는 동안 나도 남편과 비슷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김주란도 지금 박재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과거의 나처럼 발버둥치고 있는 상황인 걸까? 나는 이미 좋은 사람이 되긴 글러버렸는데도 이상하게 김주란에게 미안한 감정 같은 것이 들었다.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