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닥거리던 가슴이 어느 정도 잦아들 무렵 그녀는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살던 집보다 족히 서너 배는 됨직한 거대한 물고기였다. 물고기는 바다 한복판에서 불쑥 솟아올라 등에서 힘차게 물을 뿜어올렸다. 주변에 있던 어부들도 물고기를 보고 놀라 탄성을 질렀다. 금복은 믿을 수 없는 거대한 생명체의 출현에 압도되어 그저 입을 딱 벌린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물고기가 사라진 뒤에도 금복은 한동안 벌린 입을 다물 줄 몰랐다. 그녀는 방금 전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넋을 잃고 있던 금복이 옆에서 구경하던 한 어부에게 그 거대한 물고기의 이름을 묻자, 그는 이상하다는 듯 금복을 쳐다보며 말했다. —넌 고래가 뭔지도 모르는 걸 보니까 이곳에 사는 계집이 아닌가보구나. 아까 그건 고래 중에서도 제일 큰 대왕고래란다.
그녀는 언젠가 다시 고향에 돌아간다면 사람들에게 자신의 눈으로 직접 목격한,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물고기와 마을의 저수지보다 수십 배 더 넓고 거대한 바다에 대해 얘기를 들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소망을 이루기란 어려운 법, 그녀의 인생에서 그런 날은 영영 오지 않았다. p.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