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도 안 사귄 년한테 1억도 맡으면서, 아들은 몬 믿어? 아들 믿으이소.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그때는 내가 얼마나 태연한 소릴 했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막연함 속엔 절망이 없는 법. 며칠 막노동 뛰고 보니 내 앞에 놓인 빛의 장벽이 얼마나 까마득한지 깨달았다. pp.99
대학 편입이란 목표가 사라지니 미래가 보이질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막연함의 무인도에 고립된 느낌이었다. 멀쩡한 사내놈이 갑자기 질질 짜는 모습을 가만 지켜보던 사장님은 부모님 드리라며 콩국을 가득 담아주셨다. pp.101
바늘구멍 사이에도 볕은 드는 법일까. 성층권 끝까지 닿아 있는 것 같았던 빚의 장벽을 넘어설 방법이 보이기 시작했다. pp.103